⌂ 말과 글의 집.
나와 여러 사람의 말과 글을 가리어 모아 엮음.
나와 여러 사람의 말과 글을 가리어 모아 엮음.
이웃집 가스 누출 때문이든, 그래서 열어 둔 창 밖에서 들리는 오토바이 소음 때문이든 쉽게 잠들 수 없는 날이었다. 그날이 그날인가, 중요하지 않다. 미세한 진동. 행위예술가는 말했다. 무언가를 우선순위에 두는 용기에 관하여, 그리고 그것이 나를 더 나은 나로 만들 것이라는 믿음에 관하여. 오래전 읽은 책에서, 현대의 시간은 원자화되어 과거–현재–미래로 연결되지 않고 무수한 현재로서만 존재한다 했다. 더는 점과 점 사이를 잇지 않아도 된다니 큰 수고를 덜었다. 잇고 싶지 않은, 혹은 이을 수 없는 점들이 많은 탓이다.
나무는 미술관과 주차장 사이에 서 있다. 키가 큰 바람에 가지가 닿는 높이마다 잎이 다–다른 색으로 비친다. 가만히 있으니 내가 가서 안아야 하지만, 안기는 기분도 드는 법이다. 오늘 글쎄 반의 반 정도 안을 수 있었다. 껍질이 거칠어서 올이 뜯기는 듯 몸이 당겨지는 긴장이 나쁘지 않았다.
문득 이번 학기에 듣는 크리틱 수업 내용의 일부가 떠오른다. 브라이언 브레이보이에 따르면 미학이란: 공동체가 선하고, 진실하며, 옳고, 아름답다고 결정하는 것.
문득 이번 학기에 듣는 크리틱 수업 내용의 일부가 떠오른다. 브라이언 브레이보이에 따르면 미학이란: 공동체가 선하고, 진실하며, 옳고, 아름답다고 결정하는 것.
흩어진 글을 모으는 공간이다. 글은 대부분 메모 어플에, 가끔 보낸 편지함에, 어쩌다 공책에 있다. 이것을 다듬어 말하기·듣기·쓰기·읽기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업로드한다. 분류는 거칠다. 글이 더 쌓여 흐릿한 기준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어찌저찌 이곳을 짓고 있다. 특정 기능들이 크롬에서 묘하게 늦게 적용되는데 왜 그런 건지 도통 알 수 없다. 그래도 위계와 그리드라 좋다. 무엇이 될지 모르면서, 모인 것들이 어떤 면을 내비치게 될지 미지수인 상태라 좋다.
자야 할 시간이 훌쩍 지나 여름에 만난 사람들을 떠올린다. 나는 끝에,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이름을 열거할 거란 걸 안다. 입에서 주사위를 굴리는 사람, 어떤 날을 뒤적이느라 눈동자를 떨어트리는 사람. 나는 이러저러한 말을 가만히 듣다가 누군가 반짝일 때 같이 반짝였다. 그냥 읽히는 글을 쓰는 날이면 좋아요. 옷걸이에 안타까운 걸 걸어두고 밖으로.
내 이름이 장례 안내문 유가족란에 쓰여있었다. 어떤 말은 경험해서만이 뜻이 온전해진다. 유가족이란 장례식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이기도 했다. 알지 못하는 사람이 눈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서 내게 인사를 했다. 나는 모르는 순간의 당신이 그에게 남아있다. 조각들에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당신과 나는 아주 오랜만이다. 찰랑이는 흰 벽지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마주 있다. 아래, 발목이 보일 만큼의 틈이 있다. 장난스레 당신의 발끝에 내 발끝을 갖다댄다. 놀랍지 않다. 당신은 내가 나임을 알아차린다. 놀랍지 않다. 슬쩍 가파른 입꼬리. 나눈 시간은 나누지 않은 시간을 초월한다. 다행이라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