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과 글의 집.
나와 여러 사람의 말과 글을 가리어 모아 엮음.
J의 편지 발췌
240714 23:19
문장을 좋아하냐는 말을, 선영에게 어떤 말로 다르게 말할 수 있을까요. 쉽게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아직 제가 선영을 잘 모르나 봐요. ‘문장’을 ‘책’으로 바꿀 수도 있겠지만, ‘책을 좋아하세요?’는 너무 뭉툭하게 느껴지네요. 다음에 만나면 선영이 어느 순간이 와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걸 알려주세요. 미세한 차이를 커다란 차이로 느끼는 어떤 것을.
J에게 답신 발췌
240718 03:09
특이하게 요즘의 밤은 아침보다 저를 더 낙천적이게 하고, 그래서 막연히 평화가 다가오고 있다 느끼는지 모르겠어요.(...)좋은 날에 만나 느긋한 하루를 보내고 싶고, 말을 쏟아내기도 하고, 갑자기 멈춰 침묵을 즐기고도 싶고 그래요. 오랜만이라 미묘하게 달라진 저를 알아채 주고 그럼에도 그대로인 저 또한 발견해 주세요.
Y의 편지 발췌
240518 20:46
메리 올리버는 삶의 대부분을 자연 속에 살며 작업한 시인이야. 산문집 『긴 호흡』에서 풍경을 그려내는 사색 틈틈이 예술에 대해 말하는데(여기에서의 예술은 아마 시겠지.) 문장에서 보이는, 환상이나 우러름 없는 경외와 애정이 좋더라. 나는 마음의 건강을 향하는 애정이 예술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태도에 늘 감명받나 봐. 지난겨울에 읽은 책 중에 제일 좋았어. 나도 항상 선영의 안녕을 바라. 이미지, 글, 문장, 시간, 디자인⋯.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모든 것이 마음의 행복을 향해 있기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